2022년9월9일 태백산 천제단 일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2시부터 서둘러 출발했다. 지난 겨울과 다르게 사람이 없어서 조금 무서웠다. 태영이가 없었다면 아마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앞에 희끄무레한 무엇이 사람으로 보여 긴장되 되고, 뒤에서도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지난 기억은 쓸모없이 길은 새롭다. 겨울산과 숲이 울창해진 여름 산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키큰 나무가 달빛도 가린 길을 친구에게 의지하며 걸어갔다. 험하지 않지만 경사가 심한 오르막을 꾸역 꾸역 올라 도달한 능선은 거칠고 매서운 겨울과 달리 따뜻했다. 봄이어도 좋았을것 같다. 내년 봄에도 시간을 내어 와야겠다.

태양도  더 크고  환한 것도  같다.  태영이는  인생  최고의  일출이라  한다.   땀흘려  애써야만  감동이나  기쁨이  크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한다. 아름다움도 내가 노력해야만 나에게 의미있어서 대가없이 주어진 것은 TV로 보거나 간접 체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나의 세상은 모두 다 내가 경험하고 만들어 온 의미들이 모인 것이다...

하늘과 닿아 있는 나를 찍은 그림자 ㅎ

 

낮에 삼척으로 이동했다. 추석당일이어도 삼척해변, 추암촛대바위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삼척은 아직 속초 만큼 가깝지 않아서 인지 덜 분주했다. 

추암 촛대바위는 그저 그랬다. 바다속에서 솟아오른 것 같은 기암괴석이 눈을 끌기는 했지만,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러거야, 제주도에는 너무 흔하고 양양쪽 하조대나 부안 채석강이나 나름 흔한 풍경이다... 

촛대바위보단 깨끗한 바다가 좋았다. 여름이 지난 바다는 한가히 몸을 담그고 놀만 했다.발만 담가보고 맨발로 모래를 걷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가 술 한잔 하며, 돌아본 바다엔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처음 보았다. 지는 태양의 잔상속에 달은 처음이었다. 우아하고 고귀한 느낌이다. 이 풍경만으로도 삼척에 굳이 온 의미가 있고, 또 다시 와서 며칠 있고 싶어 졌다. 그저 바다를 걷고 뜨는 해를 보고, 다시 달을 보고 걷고 싶어졌다. 그러다 커피도 마시고, 추운 바닷가에서 소주한잔 하고 싶어졌다. 

같은 날, 추암 해변 월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