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색으로 출발했다. 계획대로 였다면 동행이 있어서 함께 출발했겠지만, 오해 또는 모순된 감정이 부딪혀 결국 혼자 갔다. 그는 내가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지, 연락을 미룬 나에 대해 화가 난건지 어쨋든 혼자 갔다 왔다. 나는 말하느라 했는데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여전히 회피한 것인지, 그런 나의 태도로 인해, 아마도 앞으로는 함께 산을 가지는 못할 것 같다. 이러저런 찜찜한 마음을 한 편에 두고 토요일 밤에 오색으로 갔다. 

민박집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단체 손님이 있는 공간에 작은 방에 3만원을 주었다. 찌든 담배냄새, 술냄새에도 그냥 저냥 잠깐 있을 만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나 잠깐 잠들었나 보다. 3시에 일어나 씻고 김밥과 국을 먹었다. 그리고 남설악 탐방코스로 출발했다. 20분정도 걸렸다. 정말 생각보다 깜깜했다. 헤드랜턴을 산건 점말 잘한 일이었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 오랜만에 놓였다. 희안하게 별로 무섭지 않았다. 

그리고 시작된 오색 코스... 5키로를 4시간동안 오른다는 악명 높은 길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 길이다. 

입이 너무 말르고 몸상태가 불편했다. 김밥 먹은게 체한것도 같고, 포카리를 마셔도 입이 계속 말랐다. 엄청난 경사로를 기어오르고 계단을 타고 오르고 바위길을 오르고 비교적 평평한 길이 10%나 되려나, 놀랄만한 오르막이었다. 5키로를 4시간 가는 이유가 있다. 엄청 힘이 드는데 포근하게 안기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품이 들어온 느낌... 정말 이상했다. 그때는 깜깜해서 뭐가 보이지 않았는데 무슨 느낌일까? 

8시가 다 되어서였나, 시야가 트이고 어느 시간 산능성이 파도처럼 물결치고 있다.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아주 많이 노력하고 고된 땀을 흘려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나에게만 가치있는 것이다. 

대청봉을 조금 앞두고 나오는 돌길도 참 예뻣다.  산봉우리와 파란 하늘을 뒤로 하고 참 예쁜 길을 걸어 대청봉에 올랐다. 정상석에 사진 찍는 사람이 많아 줄서는 것을 보니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어디를 둘러 봐도 아름다왔다. 연인들의 사진은 찍으려고 한게 아니지만, 이제 보니 참 잘 어울린다. 

이런 곳을 왜 이제 왔을까란 생각을 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고 하늘에 구름도 없이 파랗고 따뜻했다. 가까이 보이는 중청으로 내려갔다. 금방 가려나 했는데, 음... 경사고 가파르고 길인가 싶은 어쨋든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었다. 한 이십분걸렸나... 올라오는 사람들은 정말 안쓰러웠다. 중청에서 컵라면을 전자렌지에 돌리겠다고 하니 뜨거운 물도 주고, 옆자리 아저씨들이 김치도 줘서 김밥과 컵라면을 먹었다.  저 멀리 속초 시내와 바다가 보이는게 너무 좋았다. 이렇게 파란 하늘이 있고 파란 바다까지 보이는게 신기했다. 

더 멋진 경치가 계속 되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진짜 설악산 산행이 시작되어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난 중청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여유롭게 비선대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게 10시... 진정한 지옥문이 열리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대청봉 희운간 대피소까지 2.5 키로 정도인데 2시간10분으로 나온 이유가 있다. 중청에서 시작했으니 0.5는빼면 2시간 이내로 가야하지만, 난 2시간이 더 걸린 것 같다. 경사로도 그렇지만 너덜길... 오색보다 험했다. 오색길은 줄곧 경사로이어도 이 정도 아닌데, 더 험했다. 그리고 나는 내리막길이 너무 힘들다.

 

희운각대피소는 멀기만 했다. 그리고 가보니 공사중... 쉴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지나갔는데,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양쪽 새끼 발가락, 엄지 발가락이 아파온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내리막길에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발가락 힘으로 버티다 보니 발이 밀렸다. 너무 아프고 그래서 걷기가 너무 고통스럽다. 이제 2키로 좀 더 온건데 앞으로 8키로가 남았는데 정말 아찔하다. 발톱이 들리고 빠지는 것 같다. 다리에 힘이 없으니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것 같다. 스틱을 새로 사서 온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스틱에 겨우 겨우 의지하며 힘겨운 한걸음 한걸음을 딛였다.

 

희운각을 지나고 비선대까지 5.5키로... 중간에 양폭 대피소가 있어서 잠깐 쉬고 남은 김밥을 먹는데 쉰 것 같다. 사탕, 초콜릿, 물, 사과 등 힘이 날만한 것을 먹으며 슬로우 비디오로 걸었다. 심한 경사로가 가끔 있었지만 지금까지 길에 비하면 수월한 길이었다. 그러나 내 다리와 발은  힘을 줄 수 없는 상태였다. 최대한 발바닥으로 딛으면서 천천히 걸었지만, 너덜길은 반복되었다. 차라리 오르막길이 덜 고통스러웠다. 힘이 들어도 발이 안 아프니까...

그리고  길이 너무 길다. 많은 사람들을 먼저 보냈다. 잘 다니는 사람이 정말 많다. 

 

비선대까지 오는 천불동 계곡은 놀랄 정도로 비경이다. 비록 사진 한장 찍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면 더 즐겼을 텐데, 아쉽다.  계곡 옆길은 데크로 만들었고 계단도 있어서 그나마 나았다. 계곡은 다 내려왔다 싶으면 더 내려가고 정말 끝없이 내려온 것 같다. 비선대를 지나니 평지가 이어졌다. 10시에 출발해서 5시간 되어서 소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더이상 움직이기 힘들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도 속초인데, 이 상태만 아니면 하루 더 있다가고 싶지만 물회집에 가서 물회 한그릇 먹고 버스를 탔다. 3시간 40분... 갈때는 오색에 내린 걸 생각해도 1시간 더 걸린다. 엄청 막히고 다리도 발도 굳어가는 것 같았다. 늦기도 하고 지하철 타고 버스타러 오르락 내리락하려면 거의 기어갈 것 같아 다시 택시를 탔다. 

검색을 해보니 허벅지 근육이 약해서 그렇단다... 설악산은 너무 좋았다. 내가 겪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난 다시 가고 싶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산에 안기는 느낌이다...  체력을 키워서 다시 가야겠다. 

오색 4시15분 출발, 대청봉 8시 40분 도착, 중청 9시 15분 도착, 중청 10시 출발, 비선대 3시 30분,  소공원 입구 4시40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