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에 차이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레빈의 시골살이는 재미없었다. 톨스토이는 왜 이사람의 이야기를 길고 지루하게 말하는지 잘 몰랐다. 열정적인 사랑이 없고 그저 농사와 노동을 선망하고 그렇게 땀흘리며 살고 하는 것은 흥미가 없었다. 좀 전에 읽은 레빈 이야기는 이랬다. 돌리와 키티 이야기를 하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졌다가 지주를 속이고 자신들의 몫을 늘린 소작인들의 속임수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정리하고 그들의 노동, 젊은 부부의 씩씩하고 건강한 협동 노동을 보며 부러워하는 그의 감정에 닿았다. 사람은 함께 땀흘리는 노동을 하며 살아야 한다... 돈있고 권력있는 귀족들은 사실 인간 삶에 필수적인 노동을 거의 하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하인들을 지배한다고 군림한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들에게 바보취급받기 십상이다라고 톨스토이는 쓰고 있다.
" 아낙네들은 노랫소리와 함께 레빈에게도 다가왔다. 마치 환희의 천둥을 동반한 먹구름이 그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먹구름은 밀려들자 순식간에 그를 붙들어버렸고 그가 누워 있던 건초 가리도 다른 가리들도 짐수레도 저멀리 들에 널려 있는 목초지들도 모든 것이 외침과 휘파람 소리와 박자를 맞추는 소리가 뒤섞인 이 야성적이고 신바람난 노래의 장단 아래 가라앉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빈은 이 건강한 즐거움이 부러워지고 이러한 생의 환희의 표현 속에 한몫 끼어들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대로 누원 채 보고 듣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노랫소리와 함께 시야와 귓가에서 사라져버림가 동시에, 자신의 고독과 육체적인 무위와 이 세상을 향한 적의에 대한 괴로운 우수의 감정이 레빈을 붙들어버렸다."
건초를 가지고 그와 끈질기게 다투었던 바로 그 농부들, 그가 약을 올렸거나 혹은 그를 속이려고 했던 패들 중 몇몇도 즐겁게 그에게 인사를 했으며 분명 그에게 아무런 악의도 품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속이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도 뉘우침은커녕 기억조차도 갖고 있지 않은 듯했으며 또 가질 수도 없는 듯이 보였다. 말하자ㅕㄴ 그러한 일들은 모두 즐거운 집단 노동의 바다 속으로 잠겨버린 것이었다. 하느님은 하루를 주었고 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하루도 힘도 노동에 바쳐졌으며, 보수는 노동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 노동의 결과는 어떨 것인가? 그러한 것은 아무 상관도 없고 쓸데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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