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푹 잤다. 그렇지만 기운이 없다. 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이다. 기부로 유지되는 공립 알베르게이어서 그런 것 같다.
나중에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부인 경우 숙박과 식사를 합쳐 2유로정도만을 내기도 한다고 한다. 이해가 안가지만, 그정도가
서비스의 대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아침은 따뜻한 커피와 빵으로 든든히 먹었다. 나가보니 비가 주룩주룩 온다. 우의를 꺼내 걸치고 길을 나섰다. 안개가 자욱하고, 비는 점점 가늘어 졌다.
힘들고 지쳐도 길 위에 서면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걷게 된다. 내 일상도 그렇지... 배가 고프다.
템플기사단의 성... 이 멋진 성을 둘러 보아야 하는데, 난 너무 배가 고파서, 감히 여기를 구경할 마음을 내지 못했다.
폰페라다의 템플기사단의 성에 들어 갔다가 입구에서 되돌아 나왔다.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배가 고파서 여기를 둘러 볼 마음을 낼 수 없었다. 뭐라도 먹어야 움직일 것 같아, 들어간 바르에서 먹은 것은 결국 보까디요이다. 짜증이 난다. 그리고 슈퍼에서 이것 저것 사들고 길을 나섰다.
다음 마을에서 쉬려고 했으나, 도중에 만난 캐나다에서 온 알렉스 아저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걸었다.
이미 은퇴를 하고 가끔 일을 하며, 연금과 과외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이들보다 돈도, 시간도 많다면 너무 좋다고 했다.
나도 부럽다.
기억에 남은 말은, 이 아저씨의 아내는 춤을 좋아해서 남미에 갔다고 한다. 둘은 각자의 삶을 살다가, 때때로 함께 한다고 한다.
맞아요. 알렉스, 그렇게 살아야 해요. 라고 했던 것 같다.
난 얼마전까지도 부부는 항상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단지 생각의 차이라고 미뤄 놓았다.
그러나, 사실은 집착이었던 것 같다. 한꺼풀 드러내면, 의존성의 문제이고...
혼자서 잘 노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논다.... 혼자서 잘 사는 사람이 둘이서도 잘 산다...
이미 1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혼자가 아니어서인지 더이상 힘들지 않았다.
가던 길 수돗가에서 마리아일행을 만났다. 반가왔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까까벨로스까지 걸었다.
이틀 연속 30km이상을 걸으니 너무 힘이 들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다. 지금 보니 사진을 찍을 마음도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도 없다. 까까벨로스에 들어서고도 한참을 걸어 공립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칸막이를 친 방에 침대가 두개씩 있다.
비록 뚤린 천정위로 옆 방의 소리는 다 들리지만...
짐을 풀고, 씻고, 마리아 일행과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메뉴델디아를 먹고, 마리아네는 미사를 본다고 남고, 난 너무 피곤해 들어왔다.
우연히 나래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누웠다. 추워서 침대에 있는 담요를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