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 빵과 계란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런데, 알베르게 측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3유로-를 옆에서 보니,

그냥 그걸 먹을 것을 후회했다. 사람이 많아 불을 써서 음식을 만드는게 보통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출발.

어제 저녁 후쿠다아저씨가 준 감기약을 먹고 기침이 많이 좋아졌다. 일본약이 좋은 것 같다.

감기도 좋아졌고, 걷기도 좋은 날이다.

날씨는 구름이 많이 끼고 선선했다. 바람이 많이 불기도 하고... 그러나 어느 순간 앞뒤로 사람들이 싹 없어지면 순간 적막해진다.

 

 

산 속 길, 나무가 꽤 많았는데도, 날씨탓인가 좀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산위인데 꽤 평평한 넓은 길이 한동안 이어졌다.

어깨가 많이 아팠다. 중간 중간 여러번 쉬었다.

길이 끝날 때까지 항상 그랬다. 어깨가 미칠 듯 아프다가, 어느 순간 배낭의 무게를 전혀 느낄 수 가 없었다. 

주로 점심이 지난 오후 시간에 그랬다. 그러나 그때부터는 발바닥, 발목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30키로를 넘어가면 몸 전체가 힘들어진다.  

 

San Juan de Ortega에 도착했다. 일정표에서 이 곳이 오늘의 휴식처이다. 그러나 너무 작은 마을, 힘도 남아 청년들과 아게스까지

가기로 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간다.

일요일... 에스테야에서 식당을 못 찾아 굶주린 게 지난 일요일이라 긴장감이 든다. 오늘 이 곳 식당은 문을 열었을까?

사설 알베르게가 2개 있다. 그 중 뒤 쪽에 있는 알베르게로 간다. 식당과 바르를 겸한 알베르게.

씻고, 청년들과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오후 5시인데도 햇빛은 강하고, 바람은 시원스레 분다. 빨래도 뽀송뽀송 잘 마른다.

바르에서 맥주를 한잔 했다. 누나인 내가 샀다. 일정 끝나고 마시는 맥주는 항상 최고다.

그리고 주인아저씨가 오루호를 조금 줘서 먹었다. 맛이 괜찮다. 재희가 오루호를 한잔 사주었다.

오루호는 아주 독한 술이었는데, 언더락을 해서도 먹기 어려워 남겼다.

예전에 양주스트레이트를 먹던 나는 이미 죽었다.

 

저녁은 알베르게 식당에서 먹었다. 사진의 순대스러운 것은 모르시아(morcilla)라는 소세지. 5유로

모양도 맛도 아바이순대다. 새우젓과 김치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

 

내일은 부르고스에 입성하는 날이다. 마음이 좀 설렌다.

23km 정도니, 일찍 출발해서 12시 정도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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