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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믈두번째 날 : 5월 16일, vigen del camino에서 Hospital de Orbigo 까지, 28km

프쉬케73 2012. 9. 9. 01:06

 

 

여느 날과 같이 시작된 아침.

마리아 언니, 다이엘아저씨, 제라드 아저씨와 함께 수프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먼저 출발했다.

혼자 걷고 싶었다. 대부분 그렇지만, 좋은 분들이지만, 같이 걷고 싶지는 않았다.

 

 내 침대 옆 바닥에 떨어져 있던 네잎 클로버... 행운을 만나게 될까 가슴이 떨렸다.

 

그렇게 먼저 출발했지만, 쉬운 날은 아니었다. 메마르고 황폐한 느낌이 드는 작은 도시를 거쳐 갔다. 날도 흐린데, 감기 기운도 있다.

앞에 보이는 간신히 벽만 남은 교회 건물은 새들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꽤 잘 어울린다.

쓰러져 가는 교회때문일까, 그날 아침은 유난히 황량하게 느껴졌다.

 

 매일 같이 보이는 바르에서 뜨거운 카페 콘 레체를 마시면서, 눅눅해진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웠다. 그리고 다시 출발.

쉰 탓인지, 금세 마리아언니 일행을 만났다. 같이 걸어갔다. 아저씨 두분은 멀찍히 앞서 가고, 나와 마리아언니도 이얘기 저얘기를 하며

따라 갔다. 노인네들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잘도 걷는다. 체력하나는 정말 좋다.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다. 다만, 일방적으로 자기 삶을 너무 길게, 많이 이야기한다는 것만 좀 줄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둘이 걸어서 용기가 생겨서인지, 풀밭에서 노상방뇨도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시무렵 도착한 오르비고... 가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노년 3인방과 오르비고 강가에서 찍은 사진.

 

오르비고를 지나며, 마리아 언니 일행은 식사를 하고 좀 더 간다고 한다. 난 이 마을에서 쉬고 싶어 알베르게를 찾아 다녔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여자가 준 작은 안내장을 들고 찾아 간 곳은 마을 외각에 있는 베르데... 유기농 채식을 하고, 선을 한다고

해서 가보니,역시 쥔장이 인도의 수행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요가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명상을 하는 그런 곳이었다.

시설이 깨끗하고, 분위기도 좋아 머물기로 했다. 서양인들은 신기하겠지만, 난 뭐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좌식, 이런 거 좋다. 점집 같기도 하고 인생상담을 해줄 것 같기도, 나른하게 누워 뒹굴댈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이 대걸레 헤드의 정체는 개님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암컷이었고, 순례자가 오면 가장 먼저 반기고 안내를 하는 일을 한다.

 

내가 갔을 때 주인이 없어, 개와 옆집 할머니의 안내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깨끗한 침대에 아무도 없어, 햇빛이 비춰드는 것이

너무 좋았다. 다만, 주인도 없고 다른 순례객도 없는 이곳이 이상한 곳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좀 들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랴...

이미 난 퍼졌고, 이 곳은 마을 중심에서 거의 10분 정도 떨어져 다시 베낭을 메고 나설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을....

그저 개 꼴을 보니, 큰 문제야 있을까 싶었다.

 

나를 당황하게 만든 텅 빈 침대들.

 

2시가 다 되어 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2시면 슈퍼가 문을 닫으니, 아픈 발과 무거운 다리를 끌고 마을로 갔다.

맥주와 과일, 컵수프, 빵을 사고 식당을 찾았다. 한국이나 이런 곳이나,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식당보다 골목안에 가만히 들어 앉은

식당이 실패확률이 적은 것 같다. 어디가 좋은 지 사실 난 모른다. 일생에 여기를 다시 오겠나? 온다 해도 얼마나 다른 식당을 찾아

비교하며 먹겠나?

그렇게 찾아 들어간, 식당. 입구가 작아 작은 식당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니 엄청 크다. 그리고 또 식사를 마친 마리아 일행을 만났다.

참 생각이 비슷하다. 항상 같은 메뉴델디아를 주문하니, 이렇게 예쁘장한 병에 와인을 내온다. 좋다.

 

이게 양이 꽤 된다. 작은 병이라 좀 섭섭했는데, 반병은 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닭과 돼지고기,소고기가 지겨워,

하몬으로 주문했다.

 

 

계란후라이가 좋다. 이런 메뉴를 여러번 먹었는데, 보통 계란을 두개 주는데, 여기는 한개만 줬다. 아쉽게도...

 그리고 하몬은 그냥 하몬 맛이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장을 본 보따리를 들고 마을 끄트머리에 있는 베르다로 갔다. 드디어 주인을 만나고 숙박료를 지불했다.

짧은 영어 덕에 애좀 먹었다. 저녁과 아침은 도네이션인데, 먹겠냐고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정확한 의미를 몰라

잠시 답답했다. 결국 배가 부를데로 부른 난 저녁과 아침을 안 먹기로 했다. 장도 잔뜩 봤기 때문에...

 

정원에 베드가 있어, 맥주를 마시며 일정을 정리했다. 개들이 먹을 것을 찾아 어슬렁 댔지만, 맥주를 먹지는 않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잠을 푹 잤다.

하나 둘 들어온 사람들이 10명은 되는 것 같다. 저녁을 먹는데, 나도 먹을 걸 그랬나 후회가 된다. 배는 다시 고파오고...

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나가기가 좀 그렇다. 게다가 저녁을 먹고 노래를 부른다. 나~ 참... 그렇게 베르다에서 하루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