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데 산티아고

아홉번째 날 : 5월3일, Logrono에서 Najera 까지, 28km

프쉬케73 2012. 6. 22. 00:28

어제 산 빵과 햄으로 보카디요를 만들어 재희와 아침을 먹었다. 도심에서 캐나다 아줌마 킴을 만났고,

로스아르코스에서 한 방을 쓴 독일인 아줌마도 만났다. 호텔에서 자서 뉴우먼이 됬다며 기분좋아 보였다.

도시 외곽에 큰 호수가 있다. 거기서 산책하고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쳐 간다.  잠시 잠깐 만나는 사람들도 스쳐간다.

이런 도시를 지날때 마다 느끼는 건데, 도시에 들어가 숙소를 찾는 길이 항상 멀고 힘들게 느껴진다.

또 도시를 떠날때도 빠져나오는 길이 멀다. 빠져나오는 길이 길게 느껴진다.

거리를 손해보는 느낌이랄까, 진도를 빼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오늘은 더울 것 같다. 아침부터 너무 덥고, 땀이 많이 난다. 가방도 무겁다.

그런데 금새 오한이 든다. 다시 너무 덥고... 자켓을 벗었다, 입었다를 반복했다.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아침에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점점 쳐졌다. 길이 멀다. 아니 멀게 느껴진다.

이 멋진 포도나무 길이 벅차 보인다.

 

나예라에 들어와서도 알베르케를 찾아가는 길이 왜 그렇게 힘이 드는지, 작은 다리를 건너 화살표를 따라가니

예쁘장한 알베르게가 있다. 이때만 해도 공립과 사설의 구분을 정확히 못하던 나는 그곳이 공립인 줄 알고

그냥 주저 앉았다. 사설인 것을 알았다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여자들만 있는 작은 방, 4인실에 이층침대를 배정받았다. 깨끗하고 알록달록 예쁘다.

남녀구분된 샤워실과 화장실도 오랜만이다.

간신히 씻고 누워 잠을 잤다. 간만에 본 매너없는 외국인이 엄청 떠들어 너무 거슬렸다. 나가서 말하지...

기침과 오한이 심해진다. 배가 고프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뭐라도 먹어야 살겠다 싶어 일단 나갔다. 다리를 끌며 식당을 찾는데, 재희를 만났다. 잘됬다 싶어

거기 알베르게에서 얼큰한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맥주한잔을 더 마시고, 공립알베르게를 가서 영찬과 후쿠다상을 만나

와인한잔을 마셨다. 감기는 점점 심해진다. 이렇게 술을 마셔도 되나...

돌아가는 길에 비가 쏟아진다. 설상가상이다. 내일 출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