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그 옆에 있는

다시 보다:한국근현대 미술전2, 이쾌대

프쉬케73 2023. 6. 22. 22:16

예전 어느 전시회여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서울시립미술관이었던 것 같다. 월북작가 전시회였던가, 아님 민중미술전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이쾌대라는 독특하고 직관적인 작가의 그림이었다. 이 자화상 같은데, 참 독특하다란 생각을 하고 지나쳤다. 이번 전시회에서 도슨트를 들으며 다시 보니 그의 이야기에 좀 더 깊게 닿았다. 사회주의 사상을 받아들였다고 하고,  또는 아픈 어머니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해 어쩔수 없이  김일성초상화를 그리는 등 북한에 부역해서 거제포로수용소에 끌려가고 이후 포로교환때 어쩔수 없이, 금새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고 북을 선택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깊이 사랑했던 그가 가족을 걱정하고 그리워했던 편지가 참 슬펐다. 너무나 강력한 역사속에서 개인의 의지와 선택은 참 제한되는 것 같다. 

"아껴둔 나의 채색등은 처분할 수 있는대로 처분하시오. 그리고, 책, 책상, 헌 캔버스, 그림틀도 돈으로 바꾸어 아이들 주리지 않게 해 주시오. 전운이 사라져 우리 다시 만나면 그때는 또 그때대로 생활 설계를 새로 꾸며 봅시다. 내 맘은 지금 우리 안방에 우리 집 식구들과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예전에 몰랐는데 설명을 들으니 서양식 페도라, 파레트에 조선의 두루마기와 붓, 조선의 산과 마을이다. 자신이 어느 시간과 공간에 있는지 명쾌하게 표현했다.

군중

우리나라에도 이런 그림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딱 떠오른 것은 들라크루아의 자유의 여신이었다. 민중을 이끄는... 이 그림은 같은 화면, 공간에 있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놓인 시간대는 달라 보인다. 해방을 전하는 사람들, 전쟁에 죽어간 사람과 그들의 가족,불안한 미래를 염려하는 사람들... 다른 해설을 들으니 "군중"이란 제목의 그림은 4 연작이다. 

월북작가가 되어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는 그의 이름을 거론조차 못했다. 그가 사랑하던 부인 유갑봉은 그의 그림과 재료를 팔라는 편지를 거부하고 그의 작품을 모두 보관했다고 한다. 정부의 감시 때문에 꼭꼭  숨겼다. 세상에 나왔을때 모두 파괴될 수도 있었기에 언젠가 위대한 예술가로 복권되는 그 날을 기다린 것이다. 그의 아들도 미술을 전공해 아버지의 그림을 보수하면서 지켜내었다 그들의 바람과 의지로 역사의 폭력을 넘어 이쾌대가 현재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